“그 어떤 작품 보다 많은 반응들이 왔는데, 개인적으로 ‘ㅋㅋㅋ 미친 놈’ 이런 직관적인 반응이 기억에 남고 즐거웠죠. 제가 한 연기에 가장 가까운 반응이었다 생각해요.”
최근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며 종영한 JTBC 수목 드라마 ‘나쁜 엄마’(연출 심나연)는 모든 배우들의 캐릭터가 살아 있는 드라마였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연기 고수들의 캐릭터 열전을 보는 듯 했다. 배세영 작가가 “누구 한 사람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앙상블은 최강 조합이었다”고 찬사를 보낼 만큼.
배우 유인수(25)는 이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힐링 포인트였다. 사고뭉치이지만 순정 마초맨인 ‘방삼식’ 역을 맛깔스럽게 연기헤 극에 재미를 더했다.
구수한 사투리에 천연덕스러움이 온 몸에서 흘렀던 ‘삼식’은 껄렁껄렁한 동네 건달 같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짠’ 하기도 한 캐릭터였다. 그가 등장할 때마다 피식피식 웃음이 터져나왔으니 말이다.드라마 종영 후 만난 유인수는 “코미디언의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많은 서사와 신파가 가득한 작품인데 환기시킬 수 있는 구간들을 보여주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했다”며 “첫번째 목표가 감독님을 웃기는 것이었다”고 돌아봤다.
“(감독님의) 오케이 사인을 받기 위해 연기하지 않았어요. 오랜 친구들을 만난 것처럼 편하게 노는 느낌으로 촬영했죠. 배우로서 내 입지를 보여줘야지, 혹은 돈을 이만큼 받았으니 이 정도 연기는 해야지 하는 부담감이 1도 없었어요. 당시 다섯 작품을 동시에 촬영하고 있었는데 (촬영장에 가면) 덕분에 몰입이 어렵지 않았으니까요.”
심나연 감독과는 JTBC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을 함께 한 인연이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 공개된 후 심 감독은 “크지 않은 역할인데 네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러브콜을 보내왔다. “무조건 하겠다”고 응답한 후 대본을 본 그는 “빵빵 터졌다”고 한다. 심 감독이 그에게 주문한 건 “미운 짓만 골라 하지만, 귀엽게만 보여달라”는 것.
“대본이 너무 잘 쓰여져 있었고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어요. 크게 걱정하지 않은 것이 드라마를 보면 아시겠지만, 제가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도 ‘삼식이’ 얘길 마을 사람들이 계속해요. 선배님들이 어차피 그런 상황을 만들어주시니까 제가 등장만 해도 웃길 수 있단 자신감이 있었죠. 제가 뭔 짓만 해도 재롱잔치처럼 잘한다 해주시니 노는 기분으로 연기했어요.”
이번 드라마엔 연기파 중견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전작들에서 주로 또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왔던 그에게 기라성 같은 선후배들과의 작업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극중 부모로 나온 박씨(서이숙 분)와 청년회장(장원영 분)의 티격태격 부부 현실 케미와 사고뭉치 삼식을 향한 등짝 스매싱은 흥미진진한 관전포인트 중 하나였다.
유인수는 “작품에서 부모님이 나온 건 처음이라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선배님들이 ‘우리 아들 새끼 밥은 잘 먹고 다니냐’는 식으로 편하게 대해주셨다”고 했다. 이어 “제가 ‘안녕하세요’ 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건 예의가 아닐 것 같았다”며 “편하게 더 다가갈 수 있었고 연기적으로도 잘 녹아들었던 것 같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미주’(안은진 분)와의 관계에 대해선 “들이대는 정도를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하나 고민했다”고 한다.
“누나 특유의 밝은 에너지가 있는데 그 에너지를 같이 유지하고 싶단 생각을 했죠. 충청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인데 충청인들의 정서를 반영하고 싶었고 충청 마초남들은 어떨까를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과하게 드러내지 않고 (러브라인도) 중도의 마음으로 표현하려고 했지요.”
강호 역의 이도현 얘기가 나오자 “깊은 배우”라고 설명했다. “삶의 대한 태도나 연기에 대한 태도가 올곧고 깊었다. 많이 보고 배웠다”고 말했다.
미주를 향한 일편단심이었던 그는 마지막회에서 오하영(홍비라 분)의 옥중 뒷바라지를 하는 모습으로 러브라인을 보여줬다. 그 역시 예상치 못한 대본이었다.
“하루는 감독님과 농담을 주고받다 어느 쪽이 이상형과 가깝냐고 물으셔서 ‘하영이’라고 했죠. 그래선지 이후 대본을 받아보니 (삼식이가) 그쪽으로 갔더라고요. 삼식이스러운 것 같았죠. 제 실제 이상형도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같은 사람 보다는 외모도 그렇고…하영이 쪽에 더 가깝습니다.(웃음)”
데뷔 후 30여개의 작품을 하면서 달려온 유인수는 지난 5월 한달간 첫 휴식기를 가졌다. “못해본 것들을 실컷 하면서 채워진 느낌도 들지만, 쉼도 피로하구나 싶었다”며 웃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유인수에게 연기는‘일’이 아닌 ‘즐거움’이고 ‘삶’이다.
“연기의 즐거운 지점은 사람을 공부하는 거라 생각해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하잖아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제가 참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거든요. 그 사람들의 삶을 살면서 저의 삶을 투영시키고.. 제가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을 받아요. 저는 연기자로서 포부를 갖고 있거나 최고의 연기에 접근하기 위한 전략이나 목표, 계획이 없어요. 저의 인생으로서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래서 전략이나 계획이 없어요. 이런 식으로 하는데 잘 되고 있는 게 신기하고 감사한 일 같아요.”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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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1 22:30:02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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