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btu, 19 Juni 2021

드라마 '마인' 대저택 설계한 건축가, 日공중화장실 짓는 이유 - 중앙일보 - 중앙일보

일본에서의 한국 드라마 열풍은 '사랑의 불시착'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태원 클라스', '빈센조'를 거쳐 최근에는 '마인'이 화제입니다. 여성잡지 등에 '마인'의 두 주인공 서현(김서형)과 희수(이보영)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조명하는 기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또 하나 관심을 끄는 것이 '공간'입니다. 드라마 속 재벌가인 '효원가'의 웅장한 저택 말이죠.  
 

[도쿄B화]
'뮤지엄산' 설계한 안도 다다오
"악전고투 속에서 나만의 것 나온다"

드라마 '마인'의 대저택으로 등장하는 '뮤지엄산' 본관. [사진 뮤지엄산 인스타그램]

드라마 '마인'의 대저택으로 등장하는 '뮤지엄산' 본관. [사진 뮤지엄산 인스타그램]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뮤지엄산' 내부. [사진 뮤지엄산 인스타그램]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뮤지엄산' 내부. [사진 뮤지엄산 인스타그램]

'마인' 속 효원가로 등장하는 건물은 강원도 원주에 있는 미술관 '갤러리산'입니다. 물 위에 떠 있는 돌집처럼 보이는 이 미술관은 2012년 문을 열었죠. 이 건물을 설계한 사람이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80) 입니다. 건축가는 미술관의 부지를 처음 보았을 때 "주위와는 동떨어진 별천지"를 만들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존재감이 큰 이 건물은 드라마 속에서 단지 배경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외부와 단절된 재벌가의 요새로, 드라마의 긴장감을 고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죠. 천장이 높고 어두운 내부, 좁은 복도와 계단 등은 등장인물들 사이의 단절과 그로 인한 파국을 예고하는 듯합니다. 
 
'마인'에 재벌가의 집으로 등장한 뮤지엄산. [드라마 화면 캡처]

'마인'에 재벌가의 집으로 등장한 뮤지엄산. [드라마 화면 캡처]

 

건축물에 새겨진 건축가의 '지문'

안도 다다오는 '프로복서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건축가입니다. 건축을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는 '독학파'죠. 생계를 위해 권투선수를 하다 스무살에 우연히 헌책방에서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집을 보고 "이건 내 거다"라는 확신이 왔다고 합니다. 
 
무작정 유럽으로 건너가 7년간 유명 건축물들을 보며 '몸으로' 건축을 배운 후 1969년 오사카에 건축사무소를 차립니다. 그리고 26년 후인 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자신의 대표작 '빛의 교회'를 찾은 안도 다다오. 일본 오사카에 있는 '빛의 교회'는 네모난 노출 콘크리트 건물 한쪽 벽을 뚫어 '빛의 십자가'를 만들었다. [사진 안도 다다오 건축연구소 홈페이지]

자신의 대표작 '빛의 교회'를 찾은 안도 다다오. 일본 오사카에 있는 '빛의 교회'는 네모난 노출 콘크리트 건물 한쪽 벽을 뚫어 '빛의 십자가'를 만들었다. [사진 안도 다다오 건축연구소 홈페이지]

 
안도 다다오의 대표작으론 일본 '나오시마 지추미술관', '물의 교회', '빛의 교회', 미국의 '퓰리처 예술재단' '포트워스 근대미술관' 등이 꼽히죠. 한국에도 그가 설계한 건물이 꽤 됩니다. '갤러리산' 이외에도 제주도의 '유민미술관', '본태박물관'이 있고, 서울 혜화동에 있는 'JCC복합문화센터'도 그의 설계작입니다. 
 
건물에는 건축가의 '지문'이 새겨지기 마련인데요. 개성과 철학이 뚜렷한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은 지문이 짙어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그가 설계한 건물을 찾아다니는 '건축 투어'가 인기인 이유겠죠.  
 
일단 안도 다다오하면 떠올리는 것이 '노출 콘크리트'입니다. 거친 듯 매끄러운 콘크리트에 규칙적으로 동그란 구멍이 찍혀 있는 벽, 이 건축기법을 적극 활용한 사람이 안도 다다오입니다. 그는 '빛의 건축가'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자연광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여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드라마 '마인'에서 이런 건축가의 지문을 찾아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일 것 같습니다. 
 
제주도 섭지코지에 자리한 유민미술관. 외벽에 설치된 색유리가 자연을 담아내는 또다른 액자 역할을 한다. [중앙포토]

제주도 섭지코지에 자리한 유민미술관. 외벽에 설치된 색유리가 자연을 담아내는 또다른 액자 역할을 한다. [중앙포토]

 

빛과 바람이 통과하는 화장실

안도 다다오의 최근작은 프랑스 파리에 지난달 개관한 미술관 '부르스 드 코메르스(Bourse de Commerce)'입니다. 미술품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의 오너인 프랑수아 피노가 소장품을 전시하기 위해 지은 개인 미술관입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파리지앵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안도 다다오의 최근작인 프랑스 파리의 '부르스 드 코메르스' 내부. 노출 콘크리트 벽에 천장에서 들어오는 빛이 미술작품을 감싸도록 설계했다. [EPA=연합뉴스]

안도 다다오의 최근작인 프랑스 파리의 '부르스 드 코메르스' 내부. 노출 콘크리트 벽에 천장에서 들어오는 빛이 미술작품을 감싸도록 설계했다. [EPA=연합뉴스]

 
일본에선 지난해 가을 도쿄 시부야 인근의 진구도리(神宮通) 공원에 '안도 다다오 화장실'이 생겼습니다. 일본재단과 시부야구가 도쿄올림픽을 맞아 추진하고 있는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의 하나였죠. 안도 다다오를 비롯해 2013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이토 도요(伊東豊雄), 2014년 수상자인 반 시게루(坂茂), 도쿄올림픽 메인스타디움 설계자인 구마 겐고(隈研吾) 등 일본을 대표하는 16명의 디자이너·건축가가 17개의 공공화장실을 짓는 계획입니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도쿄 공원의 공중 화장실. Satoshi Nagare 촬영. [The Nippon Foundation]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도쿄 공원의 공중 화장실. Satoshi Nagare 촬영. [The Nippon Foundation]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도쿄 공원의 공중 화장실. Satoshi Nagare 촬영. [The Nippon Foundation]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도쿄 공원의 공중 화장실. Satoshi Nagare 촬영. [The Nippon Foundation]

 
공원 구석에 있는 안도 다다오의 동그란 화장실은 언뜻 보기엔 작은 미술관 같습니다. '화장실이 특별할 게 있을까' 싶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거장의 디테일이 느껴집니다. 특히 금속을 수직과 수평으로 얽어 만든 벽의 틈새를 통해 공원의 빛과 바람이 들어오는 느낌이 좋더군요.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 "젊은 여성들의 공중화장실 이용이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하네요. 
 

"학력도 인맥도 없지만 그저 도전했다"

2008년 발병한 암으로 내장기관 5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후에도 그는 계속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팔순을 맞아 지난달 잡지 '까사 브루투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인생을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학력도, 인맥도 없이 시작해 눈앞에 떨어진 일에 전력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런 악전고투 속에서 자신만의 것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안도 다다오의 대표작 '물의 교회' 교회 통창 밖으로 물에 떠있는 십자가가 보이도록 설계했다. [사진 안도 다다오 건축연구소 홈페이지]

안도 다다오의 대표작 '물의 교회' 교회 통창 밖으로 물에 떠있는 십자가가 보이도록 설계했다. [사진 안도 다다오 건축연구소 홈페이지]

 
미래가 불투명해 자신감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에게는 이렇게 조언했네요. "뻔히 보이는 길보단 잘 보이지 않는 길을, 단순한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택하세요. 목표를 향해 던지는 공은, 가능한 한 멀리 던지는 게 좋습니다."
 

[도쿄B화] 다시보기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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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9 20:00:0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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