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mis, 26 Agustus 2021

초현실주의는 실패했지만 그 꿈은 성공했다 - 문화일보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초현실주의는 실패했다. 세계를 바꾸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원대한 꿈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그 예술작품들을 아직도 수많은 이가 감상하고 있으니까.”

데즈먼드 모리스의 이 말은 ‘철학’이자 ‘예술’이었던 초현실주의의 다층적 면모를 드러낸다. 1920년대 파리에서 시작해 1930년대 내내 활발히 이어진 초현실주의 운동은 인류를 1차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학살로 내몬 기존 체제에 대한 반기였다. 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초현실주의자들의 이상은 실현되지 못했으나 그들이 남긴 기이하고 환상적인 그림은 20세기 모더니즘 미술의 부흥을 주도했다.

모리스가 쓴 이 책은 초현실주의 운동에 참여했던 예술가 32인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았다.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 프랜시스 베이컨, 마르셀 뒤샹 등을 소환해 ‘작품’보다 ‘인물’에 주목하며 이들이 얼마나 ‘정신 해방’과 ‘미적 혁신’을 추구한 사람들이었는지 들려준다. 모리스는 ‘털 없는 원숭이’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과학자이자 초현실주의 화가들과 함께 작품 활동을 한 예술가다.

저자는 ‘밤의 여인들과 새’로 유명한 호안 미로가 1910년대 초만 해도 전통적 풍경화를 그린 평범한 화가였으나 피카소와의 만남을 계기로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에 눈을 떴다고 적는다. 또 ‘인물연구 Ⅱ’로 잘 알려진 베이컨은 모든 관습과 권위를 혐오한 예술가였지만, 일상에선 도박을 일삼는 주정뱅이였다고 돌이킨다.

이와 함께 하얀 소변기에 ‘샘’이라는 제목을 붙인 뒤샹의 작품이 실은 한 독일인 여성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는 일화도 전한다. 424쪽, 2만20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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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7 01:07:34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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