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올린 군대공연 영상 히트
4년 전 발표한 ‘롤린’ 가요차트 1위
“국군장병·예비역·민방위 다 감사”
‘위아래’로 지각 인기 EXID 닮은꼴
현재 멤버로 재편된 2016년을 기준으로 하면 5년, 정확히는 1854일만으로 역대 걸그룹 중 데뷔 후 1위 달성까지 가장 오래 걸렸다.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과 6년 전 ‘위아래’로 스타가 된 EXID 스토리를 평행이론으로 설명하는 이들도 많다.
EXID는 2012년 2월 6인조로 결성됐다가 3인이 탈퇴하면서 해체설이 돌다가 소속사의 보컬 트레이너였던 솔지 등 2인이 합류하면서 5인조로 극적 생존했다. 한동안 반응이 없었던 이들도 군부대 위문공연 위주로 무대에 올랐고, 2014년 8월 2년 만에 ‘위아래’를 냈지만 첫 주에 멜론차트 95위에 그치는 등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결국 기획사에선 외부 활동을 정리했고, 멤버들은 진로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해 10월 한 유튜버가 경기도 파주에서 열린 ‘한마음 위문공연’에서 EXID의 공연 영상을 올리면서 역주행이 시작됐고, 이듬해 1월 주요 가요프로그램에서 1위를 석권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 『티핑포인트』에서 어떤 제품이나 현상이 갑자기 확산하는 현상을 촉발하는 ‘메이븐(maven)’을 설명했다. ‘메이븐’은 개인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주변에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1996년 미국 작가 레베카 웰스가 쓴 소설 『아야 자매들의 신성한 비밀』은 출간 후 몇 달 동안 1만 5000여부만 팔렸으나 북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독서회를 한 뒤 판매량이 늘며 250만부까지 치솟았다. 글래드웰은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독서회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독서회 집단이고 이들이 메이븐의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브레이브걸스와 EXID는 모두 군부대 위문공연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유튜브라는 플랫폼으로 유통되면서 대중에게까지 파급력이 미쳤다.
특히 브레이브걸스는 ‘군통령’이라는 호칭을 얻을 정도로 활동의 상당량을 부대 위문공연 행사에 쏟았다고 한다. 부대 밖에서는 블랙핑크의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등이 빌보드를 공략하며 각종 신기록을 써내려가는 동안 군인들에게서만큼은 2017년 내놓은 ‘롤린’이 군번을 이어가며 명곡으로 애창된 것이다. ‘선임이 후임에게 인수·인계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지난 14일 SBS ‘인기가요’에서 1위를 한 브레이브걸스는 “국군 장병, 예비역, 민방위 모두 감사합니다”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EXID의 경우는 브레이브걸스처럼 군통령은 아니었지만, 때마침 확산한 유튜브 붐과 맞물렸다. EXID 측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콘서트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사진은 물론 동영상 촬영도 허락했다”며 “거기에 고무된 걸그룹 마니아들이 영상 콘텐츠를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 많이 올렸다”고 회고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지금은 입대해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어 걸그룹 흥행에 군심(軍心)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브레이브걸스가 그 예를 보여준 것”이라며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최근 트렌드인 걸크러시하고는 동떨어진 남심에 호소하는 콘셉트”라고 말했다.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에는 시장 환경의 변화도 맞물렸다는 분석도 있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위원은 “2월 음원 시장은 신곡 감소와 함께 음원 이용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아이유의 2011년 발매곡 최고의 사랑OST ‘내 손을 잡아’와 브레이브 걸스의 2017년 출시곡 ‘롤린’이 차트 상위권에 재진입한 것은 이런 상황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롤린’의 경우 EXID와 같은 300위권대부터 역주행했지만, EXID가 1위까지 두 달 남짓(11주) 걸렸지만 ‘롤린’은 단 1주일 만에 주간차트 2위에 올랐다. 현재 음원 시장은 역주행 음원들이 장애물 없이 빠르게 차트 최상위권에 오를 수 있는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김 수석위원은 “코로나 19로 인해 가수들의 외부 활동이 줄고 비대면 콘텐츠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유튜브 등의 뉴미디어가 TV와 같은 레거시 미디어보다 소비자를 만나는 빈도가 더 높아졌다”며 “미디어 간 시청자 노출 역전 현상은 차트에서 역주행 음원이 많아진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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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2 15:03:02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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