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댓글에서 누가 이렇게 써놓은 걸 봤어요. ‘장항준은 정말 신이 내린 축복인가? 여기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터지다니, 그 팔자는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라고 한탄을 하더라고요.(웃음)”
장항준 감독이 기억의 밤>(2017) 이후 6년여 만에 영화 리바운드>(4월5일 개봉)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등으로 크게 성공한 김은희 작가를 아내로 둔 덕에 “신이 내린 꿀팔자”라는 농담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장항준 감독이 출연 배우들과 함께 14일 오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2000년대 들어 농구의 인기가 급속도로 식으면서 농구 관련 창작 콘텐츠들이 사라지다시피 했음에도 최근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흥행 열풍을 일으키자 농구를 소재로 한 리바운드>에까지 순풍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담은 댓글에 대해 장 감독이 언급한 것이다. 장항준 감독은 “내 평생 일본 애니메이션을 이렇게 응원해본 건 처음”이라면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 붐이 리바운드>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영화 리바운드>의 제작발표회. 장항준 감독(왼쪽에서 네번째)와 배우들.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영화 리바운드>는 만화 원작의 슬램덩크> 못지않게 감동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실화를 영화로 옮겼다. 2012년 공익근무요원을 막 마친 젊은 코치와 달랑 6명의 선수들, 그 중 한명이 부상을 당하면서 교체 불가능한 5명의 선수들이 대한농구협회장기대회 결승까지 간 8일간의 기적을 만든 부산 중앙고의 실제 이야기다. 한때 농구 명문이었으나 농구 인기가 식으며 선수 수급 부족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던 농구부의 극적인 승리와 성장담으로 당시 코치를 맡았던 강양현 현 3×3 남자대표팀 감독, 천기범, 배규혁, 홍순규, 정강호, 허재윤, 정진욱 등 모든 선수들이 실명 캐릭터로 살아났다. 팀을 이끌어 가는 강양현 코치 역은 ‘나름’ 스포츠 영화 족구왕>의 주연을 맡았던 안재홍이 맡았고,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김민, 안지호 등이 선수 역을 맡았다. 장항준 감독은 “오디션 때 농구 실력과 신장과 체격까지 당시 선수들과 가장 흡사한 배우들을 찾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젊은 남자 배우들이 400명 넘게 참가한 오디션을 뚫고 캐스팅된 여섯 배우 가운데 포워드 규혁 역의 정진운은 가수 출신이지만 ‘아이돌 스타 육상 선수권대회’와 버저 비터>(tvN) 같은 농구 예능 프로그램에서 발군의 농구 실력을 보여준 바 있고 센터 포지션인 순규 역의 김택은 휘문고 농구부 출신이다.
영화 리바운드>의 한 장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영화 리바운드>의 한 장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영화 리바운드>의 한 장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영화 리바운드>의 한 장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리바운드>의 시나리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와 영화 공작>의 권성휘 작가와 김은희 작가가 참여했다. 장항준 감독은 “5년 전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김은희 작가가 보고 재밌다고 꼭 해야 할 거 같다고 추천을 했다. 그리고 ‘혹시 수정이 필요하면 자신이 해보고 싶다’고 해 오랜만에 함께 작업을 하게 됐다”면서 “이제 세계적인 작가가 된 김은희 작가의 덕을 보고 싶다”고 말해 객석에 웃음을 터뜨렸다.
등장인물뿐 아니라 올 로케이션으로 당시 농구팀이 연습했던 중앙고 체육관, 실제 경기가 벌어졌던 원주 치악 체육관 등에서 촬영을 하며 당시의 생생한 느낌을 담고자 했다고 한다. 장 감독은 “개보수로 바뀐 문은 양해를 구해 이전에 쓰던 낡은 문을 찾아다 설치하는 등 2012년의 공기와 체육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 체육관 바닥의 삐걱거리는 소리까지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심판도 케이비엘(KBL)의 지원을 받아 경기 현장에서 활동하는 실제 심판들이 연기를 했다고 한다.
영화 리바운드> 제작발표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을 하고 있는 장항준 감독.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안재홍도 촬영장을 찾은 당시 선수 어머니가 “강 코치님 아이가” 착각하고 인사할 정도로 ‘피지컬’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10㎏를 증량해야 했는데 일주일 만에 “어렵지 않게, 힘들지 않게 찌웠다. 더 찌울 수 없어서 아쉬울 정도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안재홍은 “감독님이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차기작으로 이 작품을 이야기하시는 걸 티브이로 보면서 왠지 코치 역할을 내가 할 거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들었는데 사흘 뒤에 시나리오가 도착했다”고 특별한 경험을 고백하면서 “리바운드는 농구 경기에서 슛팅했을 때 골대에 안 들어가고 튕겨 나오는 걸 다시 잡아채는 행위인데 우리 영화에서는 실수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는 말로 쓰인다. 영화뿐 아니라 관객과 우리 모두에게 하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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