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2-정상회담’ 29일 개봉
북측 요원서 대통령으로 180도 변신
“당사자인데 말 못하는 외로운 직업
국민 각자 생각할 거리 던지는 영화”
2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정우성을 만났다. 그는 국내외 난민 문제 등에 정치·사회적 발언을 해온 게 관객들에게 편향된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이번 영화를 선택한 건 “한반도 현실에 대해 각자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답답하고 먹먹해지는 그 감정이 어디서 초래하는지, 영화 보고 스스로 말해달라”고도 했다.
- ‘강철비’ 1편(2017)에 이어 출연한 까닭은.
- “똑똑한 기획이라서다. 이런 프랜차이즈물은 히어로물이나 코미디가 많은데. 전혀 다른 장르에서 심지어 캐릭터나 스토리의 연속성이 없는데도 하나로 연결된다. ‘정상회담’도, 전편인 ‘강철비’도 한반도가 주인공이다. 이번 시나리오도 직설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싶었다. 국제정세 속 한반도 이야기란 게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데 제3의 입장과 시선이 개입되니까.”
영화는 양우석 감독이 스토리작가로서 2011년부터 연재한 웹툰 ‘스틸레인’ 시리즈에 기반을 둔다. 북한에서 쿠데타가 벌어져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가 부상한 1호를 남한으로 데려온다는 판타지 설정의 ‘강철비’는 2017년 동명 영화로 개봉돼 445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번엔 남과 북 연기자가 바뀌어 정우성이 남측 정상을, 곽도원은 핵무기 포기에 반발하는 북 호위총국장 박진우를 맡았다. 남·북·미 정상회담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북한 내 쿠데타로 상황이 한 치 앞을 모르게 흘러간다.
- 영화를 위해 외교전문가 등도 만나봤나.
- “양 감독 본인이 전문가 수준이다(웃음). 나이를 먹다 보니 우리 역사에 관해 관심이 가서 (평소에) 찾아보고 읽었다. 대한민국 지도자가 이런 이슈를 놓고 참 외롭겠구나 싶었다.”
정우성은 “시나리오 볼 때부터 나란 배우가 어느 순간 갖게 된 이미지가 이 영화에 얹히면 장애가 되지 않을지 고민스러워 ‘그래도 괜찮겠냐’고 감독님께 물었다”고 했다.
- 정치 이미지에 대한 부담을 말하나.
- “그런 이미지로 부각하는 시선이 있는 것 같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우리 민족의 통일만 넣으려고 해도 편향적인 (시선으로 보고)…. 나 역시 한경재의 고민과 같았다.”
납치된 세 정상은 북한 핵잠수함에 인질로 갇히고 좁은 함장실에서 어쩔 수 없이 ‘민낯 토론’을 하게 된다. 정우성 스스로 가장 캐릭터를 대변하는 대사로 ‘깊은 한숨’을 꼽을 정도로 인내가 반복된다. “한숨을 따로 연습하진 않았다. 상황에서 절로 나왔다”며 웃었다.
영화는 잠수함 속 세 정상의 대화가 실제 회담 상황의 은유로 보이게끔 설계됐다. 정우성은 “통역 장면에서도 비치지만, 정치 세계에선 같은 말을 써도 혼선이 있고 못 알아듣는 척한다. 좁은 데 있으면서 격식을 버린 코미디인데, 대사 말미에 여러 역사적 사실들을 끼워 넣은 것은 (감독의) 똑똑한 선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강철비’ 후에 정우성에게 “코미디를 잘할 것 같다”고 했단다. 실제 그에겐 코미디와 서글픔을 묘하게 오가는 페이소스가 있다. 사당동 판자촌 등을 전전한 유년기부터 돋보인 외모 덕에 데뷔작부터 주연을 맡았지만(1994년 ‘구미호’) 오랫동안 ‘연기자’보다는 ‘스타’ 이미지가 강했다. 이젠 26년간 쌓인 필모그래피의 단단함만큼이나 연기의 여유가 풍긴다. 아내(염정아)로부터 등을 맞고 딸에게 절절매는 생활인 한경재에 대해선 “웃기려고 캐릭터 성격을 다 바꿀 필요는 없다. ‘피식’할 정도로 인간적 모습만 드러내면 된다”고 해설했다.
- 다음 편도 제작되면 출연할 건가.
-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해야 하지 않겠나. 배우로서 매 작품이 원동력이다. 매번 다른 환경에서 다른 감정을 고민하는 것. 선택의 폭에 제한을 두려고 하진 않는데, 아무래도 새로운 관점의 시도에 끌린다. (이번 영화에서 총국장 역할 같은 건?) 아니, 그건 곽도원이 더 잘한다. 하하.”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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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7 15:03:08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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