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
'국민 프로듀서' 강조했던 '프로듀스' 시리즈
국민이 프로듀서인줄 알았는데 들러리?
정통성 깨진 엑스원, 활동 제동 걸릴까
김용범 CP, 안준영 PD /사진=한경DB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5일 김용범 CP와 안준영 PD 등 관련자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결과 "범죄 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피의자 지위와 현재까지 수사 경과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김용범 CP와 안준영 PD의 영장을 발부했다. 나머지 제작진 1명과 연예기획사 관계자 1명에 대한 영장은 기각했다.
앞서 경찰은 프로그램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된 후 안준영 PD 등이 휴대전화 메시지와 관련 자료를 지우려고 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잡고 지난달 3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두 사람은 '프로듀스 101' 시즌1∼2, '프로듀스48', '프듀X'까지 4시즌에 걸친 생방송 경연 과정에서 이른바 '국민 프로듀서'로 불리는 시청자들의 유료 문자투표 결과를 조작, 특정 후보자에게 이익을 준 혐의(사기 등)를 받고 있다.
더불어 안준영 PD는 연예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강남에 있는 유흥업소에서 여러 차례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더해졌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유흥업소 접대 등 모종의 대가가 오간 정황이 있다고 보고 안준영 PD에게 배임 수재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프로듀스X101' /사진=한경DB
특히 김용범 CP와 안준영 PD는 그간 '오디션 장인'이라 불리며 Mnet 부흥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던 인물들이기에 더욱 큰 실망감을 안겼다. 김용범 CP는 '슈퍼스타K'로, 안준영 PD는 '프로듀스' 시리즈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이른바 '스타PD'다. 김용범 CP는 '슈퍼스타K' 시즌 1, 2, 3를 성공시키고 이후 '댄싱9'까지 연출하며 CJ를 대표하는 PD로 인정 받았다. 안준영 PD 역시 '슈퍼스타K2', '댄싱9' 등으로 김용범 CP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췄고, 이후 '프로듀스' 시리즈를 통해 주 시청층인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가장 각광받는 PD가 됐다.
두 사람이 '프로듀스' 시리즈로 당차게 내민 '국민 프로듀서' 시스템은 시청자들의 참여 없이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방송 내내 연습생들은 국민 프로듀서들에게 소중한 한 표를 달라고 갈구했고, 이를 통해 순위가 매겨지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최종 데뷔의 향방을 가르는 생방송 파이널에서 불거진 투표수 조작 논란으로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신뢰는 산산히 깨지고 말았다. 일파만파로 접대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기존 Mnet표 오디션의 명성까지 전부 부정당하게 됐다.
그룹 엑스원(X1) /사진=한경DB
추후 팀의 활동 여부 및 멤버 변동에 대한 공식입장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투표 조작 파문이 점차 거세지면서 엑스원의 활동을 반대하는 일각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 프로듀서'들의 선택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프로그램의 취지와 그 결과로 만들어진 팀의 구성 자체가 허물어질 수 있는 논란이기에 정통성이 깨진 엑스원의 활동은 타격이 불가피한 상태다.
현재 경찰은 '아이돌 학교' 등 다른 유사 Mnet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광범위하게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앞서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발탁된 다른 시즌의 아이돌들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김용범 CP와 안준영 PD이 구속되기 전, Mnet 측은 앞으로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장기간 이어지며 극으로 치달은 조작 논란의 생채기와 그 안에서 남모를 고통을 느낀 이들에 대해서는 과연 어떤 책임을 질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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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6 07:40:11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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