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20일 발표한 '장자연 사건' 최종 심의 결과는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사실을 규명해냈음에도 관련자들의 처벌로 연결짓지 못했다는 점에서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故) 장자연 씨가 술접대와 폭행에 시달렸던 사실이 확인됐고, 범죄를 파헤치는 데 미온했던 검경의 부실 수사, 조선일보의 외압 행사 등 주요 의혹 사항들에 대해 "사실에 부합한다"는 판단이 나왔지만, 수사로 이어지진 못하게 된 것이다.
과거사위는 우선 사건을 촉발한 이른바 '장자연 문건'에 적힌 술접대 행위와 폭행·협박 등의 피해 사례는 대체로 사실에 부합한다고 파악했다.
과거사위는 "기획사 대표가 소속 배우지망생 또는 신인 연기자에 대한 지배적인 권력을 폭력적으로 행사했고 이는 신인 연기자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한 주요 요인"이라고 규정했다.
성접대를 한 남성들의 이름을 목록화했다는 이른바 '리스트'가 있었다는 의혹, 증언자로 등장한 윤지오 씨의 주장으로 주목받았던 약물에 의한 특수강간 피해 의혹등에 대해서도 규명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특수강간이나 강간치상 혐의는 성범죄 의혹 중 유일하게 공소시효(15년)가 남았다는 점에서 주목받은 부분이지만 과거사위는 "2인 이상이 공모·합동했는지, 어떤 약물을 사용했는지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사실로 인정된 술접대 강요나 성매매 알선 혐의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다.
검·경의 수사 부실 및 조선일보의 수사 외압 행사와 관련해서도 상당수 의혹이 사실로 인정됐다.
과거사위는 그간 휴대전화 통화 내역 원본 및 디지털포렌식 분석 결과 등 주요 증거들이 기록에서 빠진 점 등에 대해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경찰과 검사조차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이례적"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경찰청장과 경기청장을 찾아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조사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한 점을 확인한 것도 이번 조사의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외압 행사 부분은 특수협박죄의 공소시효(7년)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다.
과거사위는 "검경이 '조선일보 방사장'이 누구인지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도 문건에 적힌 '조선일보 방사장'과 '조선일보 방사장의 아들'을 특정해내지도, 구체적 범죄와 관련됐다는 사실을 확인하지도 못했다.
여기에는 이미 10년이 지나 공소시효를 넘긴 의혹이 대부분이라는 사건의 속성과 더불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권한이 없는 과거사위의 태생적 제약 조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한중 과거사위 위원장 대행은 "비록 오랜 시일이 흘러 한 젊은 여성의 꿈을 짓밟은 고위 공직자와 언론 및 연예계 등에서 힘 있는 사람들을 형벌에 처할 수 없다 해도 그들의 양심에 의한 심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이제 고인을 보내드리고 수사기관과 우리 사회 권력자들에게 성찰의 기회가 된다면 이 건은 과거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위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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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0 10:43:21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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