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ggu, 26 Mei 2019

대상 수상은 판타지 같은 일…위대한 한국감독·배우들 덕분 - 매일경제

◆ 황금종려상 품은 봉준호 ◆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영화제 폐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무릎을 꿇고 배우 송강호에게 황금종려상을 바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6년 동안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기생충` 등 4편에서 호흡을 맞췄다. [AFP = 연합뉴스]
사진설명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영화제 폐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무릎을 꿇고 배우 송강호에게 황금종려상을 바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6년 동안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기생충` 등 4편에서 호흡을 맞췄다. [AFP = 연합뉴스]
"`기생충`이란 영화가 많은 관심을 받게 됐지만 사실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혼자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다. 김기영 감독님처럼 역사 속에 많은 위대한 감독들이 있다."

25일(현지시간) 봉준호 감독(50)은 `기생충`으로 프랑스 칸 영화제 최고 영예 `황금종려상`을 받게 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의 말처럼 이번 황금종려상은 봉준호라는 걸출한 예술가에 대한 찬사일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 100년사에 대한 인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한국에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아직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적어도 영상 매체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음이 입증됐다"고 평했다. 영화는 현시대 한국 사회의 최대 고민인 `양극화`를 다루고 있다. 온 가족이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는 초상류층 박 사장(이선균) 집 딸의 고액 과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명문대 졸업장을 위조한다. 기우는 여동생 기정(박소담)까지 박 사장 아들의 과외 교사로 취직시키려 음모를 꾸미던 도중 그 집에 자신들이 감당하지 못할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봉 감독은 자칫 식상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스릴러·공포·코미디를 섞어 현란하게 풀어냈다. 세계 최고 권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탄 한국의 첫 작품이 리얼리즘이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우리 영화 주특기인 `장르물`이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영화 전문가와 내외신은 입을 모았다.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2000년대 초반 봉준호·박찬욱 등 영화감독들이 해외에 소개되면서 한국은 장르 영화가 강한 나라로 각인됐다"며 "봉 감독은 이번 영화 2시간 동안 1시간은 완벽한 블랙코미디로, 나머지 1시간은 코미디·스릴러·소셜 드라마 세 가지로 엮어냈다"고 평가했다.

미국 영화 잡지 버라이어티는 "단일 카테고리로 정의할 수 없는 영화들로 유명한 이 `장르 변주의 신(神)`은 장르의 계단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밟아왔다"면서 "`기생충`은 우리가 봐왔던 그 어떤 전작보다, 웃음은 더 어두워졌고, 분노의 목소리는 더 사나워졌으며, 울음은 더 절망적"이라고 극찬했다.

애초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됐다. 이번 영화제에 출품한 경쟁 감독들이 워낙 쟁쟁한 데다 이 작품은 반지하 등 한국적 특성을 담은 공간에서 한국 배우들만 출연해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이다. `기생충`에 주어진 상영 시간대가 관객의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리는 오후 6~7시가 아닌 오후 10시였던 점이 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상영이 시작된 직후 상황이 급반전됐다. 상영 시간 131분 내내 폭소와 환호로 열광한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후 장장 8분간 기립 박수를 보냈다. 각국 관객의 보편적인 공감을 얻는 데 성공한 것이다. 칸 영화제에서 가장 빈번하게 인용되는 영국 영화 잡지 스크린데일리는 `기생충`에 21편 경쟁 작품 중 최고 평점인 3.5점(4점 만점)을 부여했다. CJ ENM에 따르면 `기생충`은 전 세계 192개국에 판매가 결정되며 한국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한국 영화계는 축제 분위기다. 봉 감독은 수상 직후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상황이 오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 마치 판타지 영화 같다"며 얼떨떨해했다. 그는 "차례대로 발표하니 허들을 넘는 느낌이었다. 뒤로 갈수록 마음은 흥분되는데 현실감은 점점 없어졌다. 나중엔 송강호 선배와 `뭐야 우리만 남은 건가` 했다"고 회상했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두 예술인의 우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모범으로 남을 만하다. 수상자 호명 직후 단상에 오른 봉 감독은 배우 송강호에게 마이크를 넘겨 소감을 말하게 하며 경의를 표했다. 봉 감독과 송강호는 아직 각각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전인 2003년 `살인의 추억`으로 연을 맺었으며 `괴물`(2006) `설국열차`(2013)에 이어 이번 `기생충`까지 16년간 총 네 편을 함께했다. 송강호는 "저희가 잘해서 받는다기보다는 한국 영화 팬들이 지금까지 한국 영화를 응원하고 격려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봉 감독은 무릎을 꿇은 채 송강호에게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바치며 감사를 표했다.

이번 수상으로 한국 영화에 새로운 전기가 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강유정 평론가는 "한국 영화가 이제 세계 영화인이 참조해야만 하는 필수 대상이라는 점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했다. 김효정 평론가는 "박찬욱·봉준호·김기덕·홍상수 네 사람의 이름이 계속 언급돼오긴 했지만 최근 작품들에서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며 "이번 수상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향후 국제 영화제에서 스릴러나 사회물 말고도 다른 방향으로 활약이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봉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온 국민과 함께 수상을 축하한다. 이번 황금종려상 수상은 봉준호 감독 개인을 넘어 한국 영화, 나아가 대한민국의 자랑"이라고 전했다.

[칸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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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6 09:02:2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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