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의 수직적 구조로 계층이나 계급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공식 기자회견이 22일(현지시간) 칸 팔레 드 페스티발에서 열렸다. 전날 공식 상영돼 큰 관심과 뜨거운 호평을 받았기 때문인지 각국 기자들은 감독과 배우들에게 영화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예기치 않은 사건들을 담았다.
그는 "전 세계 영화 역사에서 수직적 공간은 계급이나 계층을 나타낼 때 많이 쓰였다"면서 "그러나 한국에만 있는 반지하라는 공간을 통해 미묘한 뉘앙스를 전달하려 했다. 이는 서구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지점이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프랑스어 자막과 영어자막을 만들 때 반지하에 대응하는 정확한 단어가 없었다"며 "반지하는 지하이지만 지상으로 믿고 싶은 공간이다. 곰팡이가 있고 눅눅하지만, 햇살이 드는 순간이 있다. 더 힘들어지면 완전히 지하로 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도 있다"고 부연했다.
봉 감독은 자신을 "장르 영화감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장르 영화감독이지만, 장르의 규칙을 잘 따르지 않는다. 그 틈바구니로 사회 현실이 들어간다"며 "내 영화에 장르가 뒤바뀌기도 하고 섞여 있기도 하지만, 미리 설계하는 것은 아니다. 그때의 상황에 충실할 뿐이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2000년대 한국 장르 영화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한국 장르 영화는 할리우드 장르 영화의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며 "열린 공간을 통해 정치적인 부분, 인간적인 고뇌, 한국인들의 삶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온다. 한국 장르 영화에 사회적인 요소가 없으면 어색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은 전날 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상영돼 8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봉 감독은 "기립박수는 모든 영화에 다 나온다. 굳이 분과 초를 잴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다만 '옥자' 때 함께 일했던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과 배우 틸다 스윈턴이 함께 축하해주는 상영이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배우들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송강호는 봉 감독과 네 번째 작품을 함께 한 데 대해 "봉 감독은 사회를 바라보는 깊은 통찰력을 매 작품에서 놓치지 않는다"며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예술가 봉준호의 진화이자 한국 영화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봉준호의 세계에는 모든 것이 계산돼 있고 정교하게 구축돼있어서 배우 입장에서는 편하다"며 "흔히 '봉테일'이라고 하는데 감독 본인은 그 말을 싫어한다"고 웃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열렸다.
한 외신 기자가 "영화에 냄새가 계속 언급되는데, 실제로 냄새를 내면서 연기했는지"를 묻자 봉 감독은 "상당히 충격적인 질문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송강호도 "촬영할 때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변화가 있다면 내가 요즘 향수를 뿌리고 다닌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언급한 최우식에게 "(그 말에) 스포일러의 기운이 있다"며 "내부적으로 붕괴가 된다"고 크게 웃었다.
앞서 봉 감독은 스포일러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그는 "'기생충'이 반전에 매달리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면서도 "스토리의 크고 작은 고비마다 관객들이 때론 숨죽이고, 때론 놀라며, 매 순간의 생생한 감정들과 함께 영화 속으로 빠져들기를, 만든 이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스토리 전개를 최대한 감춰 달라고 부탁했다.
기자회견은 한국어와 프랑스어, 그리고 영어로 진행됐는데, 도중 영어 통역이 진행되지 않아 혼선을 빚었다.
봉 감독은 유창한 영어로 배우들에게 직접 통역을 해주고 외신 기자에게는 영어로 대답해주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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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2 10:29:05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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