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다사다난할 수 있을까. 가수를 넘어 '인간' 계은숙의 지난 40년은 말할 수 없이 복잡다단했다. 한, 일 양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소속사와의 분쟁, 이혼 등 개인적인 아픔에서 나아가 마약, 사문서 위조 등 불법적인 행동으로 법의 심판대에도 섰다.
인생의 정점에서 밑바닥으로 내려앉은 뒤 가진 긴 침묵의 시간. 그럼에도 계은숙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데뷔 40주년을 맞은 가수 계은숙의 길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돌아온 계은숙의 손에는 정규앨범 '리:버스'(Re:Birth)가 들려 있다. 국내에서 무려 37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앨범이다.
15일 오후 서울 서강대 메리홀에서 진행된 정규앨범 '리:버스'(Re:Birth)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통해 무대에 오른 계은숙은 표정은 남다른 감회로 가득찼다.
타이틀곡 '길' 무대를 마친 계은숙은 "소감보다는, 송구하고 부끄럽고, 아프기도 했다. 노래 없이는 살 수 없기에 다시 여러분들께 의지하고 기대고 싶어서 이 시간에 여러분께 노래를 들려드리게 됐다"고 입을 뗐다.
계은숙은 "데뷔해서 40년인데, 나는 항상 혼자라는 생각이 컸다. 많은 분들이 알고 기쁠때만 슬플때나 응원해주셨었는데, 여러분 뒤에 13년 동안 숨어서 반성도 해보고, 방황 아닌 방황기였지만 많은 시간 속에서 팬들이 나를 노래할 수 있는 기회, 만남, 작품 모든 것을 준비하는 인연이 있었다"고 말했다.
1977년 샴푸 광고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내딛은 계은숙은 1979년 '노래하며 춤추며', '기다리는 여심'을 내고 가수로 데뷔했다. 이듬해 MBC '10대 가수가요제'에서 신인상을 받는 등 스타덤에 올랐으나 1982년 돌연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 엔카 가수로 활동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성공신화를 썼다. 현지 데뷔 후 신인상을 거머쥔 그는 1988년 일본유선대상 그랑프리를 차지하고 1990년 일본 레코드 대상인 '앨범대상'을 받으며 '엔카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소속사 분쟁 등으로 힘든 시간을 겪다 2007년 마약 혐의로 강제 추방돼 불명예스럽게 현지 활동을 마감했다.
계은숙은 지난 13년의 시간을 떠올리며 "스스로 용서되지 않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에게도 외치지 못한 내 안의 외침이 있었다. 28년이라는 시간 동안 국위선양 못했다는 것은 나 스스로도 용서되지 않는 시간이다. 너무 경솔했던 시간을, 누구에게 혼난다 해도 받아들여야만 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처음 마약에 손을 대게 된 과정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홀어머니 아래서 엄하게 자라났는데 일본에서 재산 관계나 소속사, 매니저 관계가 다 한꺼번에 터져 스케줄도 엉망이 되고, 재산도 1억엔 가량의 빚때문에 넘어가게 되는 등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계은숙은 "나는 1원 한 푼 빌려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고민하고 좌절했는데, 이상한 상황이 다가오더라. 그 때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마약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마약은 나에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반 미쳐있었다. 실어증도 걸려 있었다. 다만 다량의 마약을 사용한 건 아니었고 일이 많았던 만큼 정신적 충격에 의존하게 됐다. 하지만 그랬던 나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고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방황의 시간은 계속됐다. 계은숙은 "돌아와 7년간은 일본에서 보낸 힘든 시간의 여독을 풀었다. 철없이 한 어머니의 딸로서 편안하게 쉬었다. 하지만 7년 뒤 어머니의 치매가 심해지셔서 뒤늦게 딸의 도리를 하려 했으나, 치매로 인해 부모자식간 대화조차 되지 않는 가슴아픈 시간이 있었다. 이후 이상한 일이 벌어져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게 되고, 하루아침에 집을 빼앗기고 오갈 곳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걱정만 끼치고 산다는 데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런 문제를 재기하지 않고 혼자 가슴에 얹고 있다 보니 내 자신을 못 찾고 중심을 잃고 사회성 없는 사람이 돼 버렸다"고 담담하게 떠올렸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그는 '리:버스'로 다시 태어나 가수 인생 3막을 연다는 각오다. '리:버스'는 그가 1982년 한국을 떠난 지 37년 만에 내놓는 앨범이다. 이번 앨범을 통해 새롭게 태어남, 부활을 노래한다.
계은숙은 "한국 생활보다 외국 생활이 길었지만 외국은 쉽게 등을 돌렸다. 하지만 한국 분들은 역시 계은숙의 좋은 부분 나쁜 부분을 정확히 표현해줬다"며 "내 나라, 고국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리버스'라는 작품과 만남의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계은숙은 "어머니를 잃었을 당시의 심경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세상에서 나쁘게 알려졌던 이미지보다는 열심히 살려고 했던 의지 속의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믿고 일어서서, 부모님이 안 계시지만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는 팬들 앞에 다시 서서, 노래 하나 팬 하나 그리고 내 인생 그리고 나를 위한 패밀리. 이 모든 가족이,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정말 내 가족이다. 일본에서 다 이루지 못하고 온 라이브 무대를 하고 싶은 게 내 소원이고 유일한 꿈이었다"고 복귀의 변을 내놨다.
타이틀곡 '길'은 팝 오케스트라 편곡에 스트링 라인이 인상적인 곡. 많은 이유와 현실로 인해 누구나 느끼는 외로움, 고독함이 있었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또 다시 웃으며 다시 한 번 그 길을 걷고자 나선다는 내용을 담은 곡이다.
계은숙은 "닫혀있던 시간이 길었고 너무 아팠기 때문에 내 모습을 찾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내 자신을 찾는 데 여념할 것이고, 다만 나를 관심을 갖고 작품 준비해주시는 분들께 그 시간이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하는 게 내 숙제고 내가 가는 길"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또 쇼케이스 말미에는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호되게 질책 받겠다. 이제는 고국에서 한국 사람으로서 사랑받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다시 한국에서 아픔의 꽃을 빛(스포트라이트)으로 바꾸고, 어디서든 노래할 수 있는 가수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psyon@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s://www.mk.co.kr/star/musics/view/2019/05/319870/
2019-05-15 08:13:12Z
CAIiEP8PgIxmbF0ITIjs4teZb1cqGQgEKhAIACoHCAow2t-aCDDArqABMM7x5AU
Tidak ada komentar:
Posting Komen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