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든 취재진 보며 "많이 놀라, 단독 간담회 처음"
"유산슬 큰 사랑에 감사, 트로트 활성화됐으면"
27일 1집 굿바이 콘서트 개최
유산슬(유재석) /사진=MBC 제공
방송인 유재석의 도전은 실로 무한했다. 데뷔 28년을 맞은 그는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라는 이름으로 또 한 차례의 변화를 줬다. 대한민국 대표 예능인으로서 치열하게 달려왔고, 정상의 자리에서도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한 유재석이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뽕포유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트로트 가수 유산슬(유재석)의 1집 굿바이 콘서트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진행은 방송인 박슬기가 맡았다.
이날 행사는 1집 활동 마무리 단계에 있는 유산슬이 오는 22일 굿바이 콘서트 개최를 앞두고 마련된 자리였다. 유산슬은 사전에 기자간담회가 개최되는 것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현장에 도착했다.
장내에 들어선 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취재진을 둘러봤다. 유산슬은 "많이 놀랐다. 그러나 이런 게 한, 두 번도 아니고 있는 현실 그대로를 받아 들인다"면서 "결혼 발표 이후에 '무한도전'이나 다른 프로그램으로 기자간담회를 한 적은 있지만 단독으로 하는 건 처음이다. 중식당에서 하는 건 특히나 더 처음이고, 모르고 한 건 더더욱 처음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손 잡고 만들어 낸 '놀면 뭐하니?'에서 출발한 유산슬은 '합정역 5번 출구', '사랑의 재개발' 등의 음원을 발표하며 실제 트로트 가수로 방송은 물론, 행사 및 광고계의 러브콜을 받으며 뜨거운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놀면 뭐하니?'의 시청률을 견인하는 데에도 한 몫 했다. 4.6%로 시작한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최근 유산슬 열풍에 힘입어 8.5%까지 올랐다.
'무한도전'에 이어 '놀면 뭐하니?'로 또 한 번의 '대박'을 터트린 두 사람. 유산슬은 김태호 PD에 대해 "마음이 잘 맞는 PD 중 한 명"이라고 했다. 그는 "나도 가끔은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데 김태호 PD는 나보다 더 한 사람이다"면서 "늘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 자체에서는 나보다 동생이지만 박수를 보내고 싶고,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다"라고 극찬했다.
유산슬(유재석) /사진=MBC 제공
스스로가 생각하는 매력을 꼽기도 했다. 유산슬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는 않았는데 굳이 꼽자면 이름부터 친근하다. 그리고 흥이 넘치는 노래를 잘 만났다. 더불어 '놀면 뭐하니?' 제작진들의 연출력이 더해졌다"며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까'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프로그램 시작하면서도 '이게 되겠냐'라는 생각을 했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분들한테 사랑을 받지 않아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유산슬로 활동하며 얻는 경험은 그간 예능인 유재석으로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었다고 했다. 유산슬은 "'무도 가요제' 등의 공연을 한 적이 있긴 하지만 내가 생각해보지 않았던, 처음 경험하는 것들 안에서 느껴지는 생생함과 생동감, 에너지가 있다. 수많은 분들과 함께하며 '내가 여기서 어떻게 노래를 하게 된 거지'라는 생각을 했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응원과 박수가 전에 없는 큰 에너지가 되고 있다. 유산슬이기 때문에 이렇게 노래를 해볼 수 있는 거 아니냐. 그 안에서 느끼는 경험들에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예능인 유재석의 입장에서 보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너무 감사한 유산슬이라는 캐릭터를 얻은 거다. 그러나 얻은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에 맞춰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도 있었다. 평생 기억에 남을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인간 유재석'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밝힌 그였다. '무한도전'부터 '유 퀴즈 온 더 블럭', '해피투게더', '범인은 바로 너', '일로 만난 사이' 등 쉼 없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 만나오면서도 늘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잃지 않는 그는 "사람이라 지칠 때도 있지만 그럴 땐 과거에 일이 없었던 순간을 많이 생각한다. 그 생각을 한다고 매번 힘든 일이 즐거워지는 건 아니지만 당시에 '기회를 한 번만 달라'라고 했던 걸 떠올린다. 그런 마음을 늘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그맨이고 예능을 하는 입장에서는 다양한 장르가 있었으면 한다. 신인들이 배출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 예능을 많이 한다"며 "나는 스튜디오보다 밖에 나가서 하는 게 잘 맞는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유산슬(유재석) /사진=MBC 제공
이어 "프로그램 이후에 나름의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있었어야 하는데 스스로도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무한도전' 이후에 계획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그때 많은 분들이 '위기'라는 기사를 쓰셨는데 나는 매해, 매주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며 "벌써 연예계에 몸 담은지 30년이 되어 간다. 무명을 빼면 21년 정도인데 정말 감사한 시간들이다"고 전했다.
올 한해를 되돌아보기도 했다. 유산슬은 "지금 알아주지 않아도 언젠가 진심이 통할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이 전달된 해인 것 같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도 될까 싶었지만 이런 게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다행히 시즌2가 1보다 사랑을 많이 받은 것 같아서 감사드린다. 내가 뭔가 거창하고 대단한 일을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가 이런 걸 해야 새로운 장르를 돌파하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런 시도가 실패를 겪기도 한다. 다들 결과론적으로 보기 때문에 현업에 있는 많은 분들도 이런 고민들을 한다. 현실적인 고민이다. 새로운 프로를 원하는 시청자분들이 계시지만 막상 기획안으로 냈을 때 위에서 받아들여지는 비율이 현저히 작다. 안정적이고 당장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포맷이 통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으로 그런 프로그램들이 시청률이 잘 나온다. 현실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나의 생각에 함께해 준 분들께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2020년에는 '인간 유재석'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그는 "가족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생각 중"이라며 "예전에는 무작정 열정으로만 일했는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지 않냐. 나도 내년이면 49세다. 요즘 일이 너무 좋고 즐겁지만 때로는 집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게 된다. 올해도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들이랑 가까운 곳으로도 여행을 못 갔다. 늘상 가족에게 많이 미안하다. 오늘도 나경은 씨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다.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고 빠르게는 올 2월까지는 휴가를 가겠다'고 이야기했다. 가족을 생각하면 때로는 '내가 바쁘게, 빠르게 달려야만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유산슬(유재석) /사진=MBC 제공
유산슬은 다음 스텝을 떠올리면서도 '노력'과 '발전'을 강조했다. 그는 "2집을 하게 된다면 노래 실력을 더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며 더 나아질 자신의 모습을 다짐했다.
유산슬은 오는 22일 오후 7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1집 굿바이 콘서트를 갖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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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9 07:27:08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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